12월 눈 오면 꼭 가봐야 할 곳, 겨울 설경 명소 백양사 (전라남도 여행, 장성군 가볼만한 곳)

눈 오면 시간이 멈춘 듯
숲길 따라 고요가 깊어져
걷는 순간 마음이 비워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양사)

발걸음이 이유 없이 멈췄다. 소리도, 바람도 사라진 듯한 순간이었다. 얼어붙은 연못 위로 누각이 떠 있고, 그 뒤로는 기암절벽이 묵묵히 서 있었다.

눈이 쌓이지 않아도 이미 겨울은 완성돼 있었다. 왜 이곳이 12월 설경 명소로 불리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눈보다 먼저 다가오는 백양사의 겨울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에 자리한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천년 고찰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양사)

632년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이후 이름과 시대를 달리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조선 선조 시기에는 흰 양이 설법을 들으러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현재의 이름을 얻었다.

백양사의 겨울은 화려함보다 고요함이 먼저다. 찬 공기가 대지를 감싸면 절집은 더 깊어진다.

수천 그루의 단풍나무와 갈참나무가 늘어선 숲길에는 눈이 없어도 서리가 내려앉아 겨울 숲의 표정을 완성한다. 조용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숨이 고르고, 생각은 가벼워진다.

쌍계루에 서면 풍경이 말을 멈춘다

백양사 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 쌍계루다. 계곡을 막아 만든 연못과 그 위에 세워진 누각, 뒤편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겨울에는 그 고요가 더욱 또렷해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양사)

얼어붙은 물 위로 비친 쌍계루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정지돼 있다. 가을 단풍으로 이름난 장소지만, 겨울에는 색을 덜어낸 대신 깊이를 더한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서리가 내려앉은 소나무가 어우러지며 동양화 같은 장면을 만든다.

쌍계루를 지나면 대웅전과 극락보전, 사천왕문이 이어진다. 이들 건축물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소요대사부도는 국가 보물로 관리되고 있다. 백양사는 조계종과 태고종 종정을 배출한 수행의 중심지로도 알려져 있다.

5천 그루 숲길이 완성하는 설경 산책

백양사로 향하는 길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다. 주차장에서 사찰까지 이어지는 약 0.5킬로미터 구간에는 수백 년 된 갈참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고로쇠나무 3천여 그루와 비자나무 군락 5천여 그루가 이어지며 숲길을 이룬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양사)

눈이 내리면 이 숲길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하지만 눈이 없어도 겨울 특유의 맑음과 차가운 공기가 숲을 감싸며 충분한 설경 분위기를 만든다. 천천히 걷기만 해도 산림욕이 된다.

백양사에는 약사암을 비롯한 여러 암자가 흩어져 있다. 약사암은 도보 20분 거리로, 내장산 산세와 백양사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겨울에 이곳에 서면 시간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백양사는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겨울에도 주차장 이용이 가능해 접근성도 좋다.

눈이 내리는 날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눈이 없어도 충분히 겨울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12월, 조용한 설경 명소를 찾고 있다면 백양사는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장소다.

박지훈 기자 | info@travelquest.co.kr | YouTube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