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숲이 살아 숨쉬는 곳
여름에도 시원한 산책 명소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무료 여행지
“천 년 넘는 숲이 지금도 사람들을 품고 있다.” 함양의 상림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각이다.
한낮의 햇살이 무겁게 내려앉아도 숲길은 여전히 서늘한 바람과 그늘로 가득 차 있다.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신라시대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국내 최고(最古) 인공림이라는 사실이 발걸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자리한 상림공원은 약 21헥타르 규모의 제방형 숲으로, 길이는 1.6km에 이른다.
신라 진성여왕 시기, 당대의 문장가이자 관리였던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나무를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물길을 옮기고 제방을 세운 뒤 나무를 심어 만든 숲은 당시 ‘대관림’이라 불리며 보호받았다. 세월이 흐르며 일부 구간은 도시화로 사라졌지만, 상림만큼은 원형이 보존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숲길은 구간마다 80~200미터의 폭을 유지하며, 울창한 소나무와 대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발밑은 흙길과 나무 데크로 이어져 걸음이 한결 편안하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도 매력적이다.
여름철엔 연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보랏빛 숙근샐비어와 붉은 꽃무릇이 산책길을 수놓는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져 사계절 모두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상림공원에는 120여 종의 나무가 자생하거나 식재돼 있어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자연학습장이 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숲 중앙에는 벤치와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어 잠시 머무르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다. 인근에는 최치원 동상과 위천, 그리고 둘레길이 이어져 반나절 일정으로도 알차게 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상림공원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나들이 명소다. 연중무휴 개방돼 있으며,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 IC에서 내려 바로 접근할 수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어 자가용 방문객이 불편함 없이 찾을 수 있다.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도 시원한 그늘을 느낄 수 있는 곳, 천 년 전 조성된 숲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 함양 상림공원은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다.
여름철 피로와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다면, 천 년의 시간을 품은 숲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