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찾아오는 제주의 겨울 손님
바다 위의 흥겨운 무대, 방어의 향연
사람과 바다가 하나 되는 축제의 바람
찬바람이 매서워질수록, 제주의 바다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겨울의 제주 서귀포 모슬포항에는 ‘최남단 방어 축제’가 열리며, 바다의 왕자라 불리는 방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난히 기름지고 쫄깃한 겨울 방어를 맛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해마다 이어지고, 바다 위에는 흥과 멋,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대체 무엇이 이 작은 어촌을 겨울마다 들썩이게 하는 걸까.
제주도 최남단의 가파도와 마라도 해역은 쿠로시오 해류가 스치며 물살이 세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자란 방어는 거친 파도를 이겨내며 단단한 살과 깊은 맛을 품는다.
모슬포 사람들은 이를 ‘겨울이 빚은 선물’이라 부른다. 11월부터 2월까지 살이 오르는 방어는 눈이 내릴 무렵 가장 맛이 절정에 이른다.
이 절묘한 시기에 맞춰 열리는 ‘최남단 방어 축제’는 2001년 시작돼 지금은 2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찾는 제주의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 인기는 단지 맛 때문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방어를 직접 잡고, 만지고, 먹는 즐거움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축제의 중심 무대는 언제나 바다다. 모슬포항 일대에서는 방어 맨손잡기 체험과 어린이용 체험이 펼쳐지며, 관람객들이 직접 경매에 참여해 방어를 낙찰받는 이색적인 광경도 볼 수 있다.
가두리 낚시 체험에서는 거대한 방어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며 환호가 쏟아진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모두가 어부가 된다.
무대 위에서는 지역 가수와 공연팀의 열정적인 무대가 이어지고, ‘해녀노래자랑’에서는 바다의 여인들이 들려주는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노래가 울려 퍼진다.
길트기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축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저녁이 되면 불꽃놀이가 하늘을 밝히며 하루의 대미를 장식한다.
축제장을 찾은 이들은 무료 방어회 시식 코너에서 싱싱한 제철 방어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방어 할인 판매와 먹방 대회, 향토음식 체험 등 먹거리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황금열쇠를 잡아라’ 게임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은 119 소방체험에 참여하며 웃음소리를 터뜨리고, 어른들은 방어회 한 점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모슬포는 단순한 어촌이 아니다. 송악산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해, 축제를 즐기며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방어축제는 그래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축제’를 넘어, 제주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진정한 지역 축제로 자리했다.
모슬포항의 겨울은 단순히 바다의 계절이 아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은 다시 바다로 나아가며, 그 속에서 삶의 온기를 되새긴다.
바다는 방어를 내어주고, 사람들은 그 바다에 감사의 흥을 돌려준다. ‘최남단 방어 축제’는 그렇게 사람과 바다가 함께 쓰는 제주의 겨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