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에 담긴 간절한 바람
강릉 깊은 산골의 숨은 길
소원 품은 단풍 속 돌탑길
누군가의 기도가 길을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소가 있다. 강릉의 깊은 산속,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던 곳에 한 어머니가 쌓은 돌탑 3천 개가 지금도 굳건히 서 있다.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닌, 가족의 안녕을 향한 염원이 쌓이고 또 쌓여 길을 이루었다. 어느덧 이 길은 방문객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걸어가는 이색적인 단풍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노추산 모정탑길’은 한 사람의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1986년부터 2011년까지 고 차순옥 씨는 매일 돌 하나를 올리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었다. 그렇게 세워진 돌탑이 3천 개에 달한다.
관광지로 기획된 것이 아닌, 사적인 기도에서 시작된 이 길은 세월이 흐르며 삶의 무게와 사연이 담긴 공간으로 변모했다.
길은 약 1.2km로 이어지며 완만한 흙길과 산책로로 이루어져 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왕복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길 위에서 잠시 멈춰 돌탑 앞에 서는 이들의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탑길을 걷다 보면 ‘소원 우체통’이라 불리는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편지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글을 써 넣는 순간 방문객들은 자신의 소망을 되새기며 마음을 정리한다.
누군가의 바람이 또 다른 이의 간절함과 겹쳐지는 공간, 그곳은 기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특히 가을철 단풍이 물드는 시기에는 붉고 노란 숲길 사이로 돌탑이 고요히 자리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인위적인 조경이나 상업적 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된 덕분에 도심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명소다.
모정탑길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도 없다. 붐비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걸어도, 가족이나 소수 인원과 함께해도 어울린다. 단, 숲길과 계곡을 함께 지나는 코스이기에 미끄럼 방지 신발 착용은 필수다.
26년간 이어진 정성은 한 사람의 자식에 대한 기도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이들의 소망을 품는 길로 확장되었다. 계
절이 바뀌는 가을, 강릉 노추산의 모정탑길을 걷는 순간, 돌 하나에 담긴 간절한 기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